기록/일기

안녕

윤이니 2022. 6. 15. 12:5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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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완전히 무너졌었다.

 

네가 우리 회사에 서류 쓸 스펙은 되지 않지만, 정규직 지원하면 서류는 통과시켜 준다는 말에.

나를 불러다 회의실에 앉혀놓고, 면접에 너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오면 당연히 그 사람을 뽑겠다는 말에.

3개월마다 계약서 쓸 때 내 자리로 와서, 이제 정규직 할 때 되었잖아, 라고 사근사근 말하며 어깨를 톡톡 다독이지만 계약 갱신 없이 끝나던 날 돌아보지도 않던 때.

 

너는 이 일을 할 인사이트가 없어.

이력서를 눈앞에서 흔들며, 이 경력이면 잘 해야하는데 정말 네가 한 일 쓴 거 맞냐는 말에.

네가 나한테 이런 모진 말을 들으면서도 왜 회사를 계속 다니는지 모르겠어. 그냥 집에서 애 키워도 될텐데, 라는 말에.

 

내가 널 위해 이 문을 닫아주는거야. 이제 새로운 문을 열어.

다 널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야. 다른 애들이었음 이런 얘기도 안 해줬어.

너는 이 일에 맞지 않는데, 성격은 친절한거 같으니 교사나 해보라는 말에.

 

필요할 땐 이런저런 사탕발린 말로 꼬드겨서 야근에 철야에 막 부려먹더니,

필요없어지니 이런저런 핑계로 사직서를 쓰게 만들었을 때.

 

내 힘으로 나름대로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, 그게 아니었나봐.

왜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 못했을까.

내가 잘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.

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까맣게 엉켜가고.

 

너무 지쳐서,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, 침대에 누워 눈만 꿈뻑일 때.

살금 다가와 볼에 뽀뽀해주며 일어나라고 말해주는 다정한 너.

 

 

그나마 집에서 애 보는 일이라도 하지 않았다면, 어떻게 됐을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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